안녕 유붕이들?
여러분들이 보여준 소소한 관심에 감사드리며, 오늘도 글을 씁니다.
2편에 동영상을 첨부했는데 올라가지를 않네.
DC 서버가 또…
대충 이런 분위기 속에서 계속 내려감. 내려간다는 것은 내일 올라가야 한다는 것…
위 사진은 9합목인가 8합목인데 글자가 지워져서 잘 보이지도 않더라.
아사히다케 정상을 찍은후 서둘러서 야영지로 이동했음.
왜냐하면 날씨가 흐려서 원래 해지는 시간 보다 빨리 어두워지고 있었거든.
온통 주변은 안개로 가득하고 사람은 없고 '사일런트 힐' 그 자체였다.
원체 안내판 같은게 없는 일본 산인데, 정상 아래는 그조차도 없고 스프레이로 표시한 돌을 따라가야 한다.
조금 더 가니 대설산이란 닉값에 충실하게 눈이 아직도 남아있음.
분위기가 딱 '인터스텔라'에서 만박사 찾으러 간 그 행성 느낌이 났다.
가다보니 사람 웃음소리 같은게 들려서 등골이 오싹했는데,
다행히도 야영지 근처에 도착한것이었다 ㅠㅠ
3명 팀인 등산객들이 설영을 하고 식사 준비중이었던 것.
위 사진은 내가 사람을 만나 얼마나 지금 기쁜지 한참 설명하자 허허 웃던 타카하시상.
(절대 사일런트 힐에 나오는 좀비와 한장면 아님)
영지에는 돌담을 여기저기 쌓여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앞서 지나가신 백패킹 조상님들 덕…
종종 산등성이에 몰아치는 강풍을 피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보면 되지만,
진짜 강풍이 올때는 알파인 텐트고 나발이고 다 박살난다고 합니다.
다행이 이날은 바람이 엄청 세게 불진 않았음.
(조금 세게 비바람이 몰아치는 정도)
더 어두워지기 전에 빠르게 설영을 하고 텐트로 기어들어감.
나댕이와 함께 말이죠. 흐흐.
오후 7시 경 13도 찍고 밤에는 10도 이하로 내려갔음.
산중의 밤은 빠르게 찾아오고…
3명이서 온 팀은 모여서 저녁식사후 맥주 한캔씩 딱 하고 각자 해산하더라.
자제력이 대단해…
내 저녁은 마트에서 사온 메론빵.
빗물젖은 메론빵을 먹어보지 않고 백패킹을 논하지 말라.
술은 그 유명한 스토롱 제로… 9도는 아니고 7도 짜리.
이번 여행 내내 9도짜리 저녁에 한캔씩 먹었는데, 물건은 물건이더라.
달달하고 상큼한데 도수가 좀 있어서 한캔 먹으면 약간 취기가 올라오는게 딱 좋아.
일본에서 스토롱제로때문에 알콜중독이 양산되었다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게 아니더라.
정상을 지난 이후로 부터는 핸드폰 전파 자체가 아예 안 터진다.
할 거 없어서 그냥 잠.
밤이 깊어 갈수록 추워졌고, 15도 컴포트짜리 CW180 침낭을 들고간 탓에 웅크리고 달달 떨면서 잠을 청했다.
밤새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나도 놀라서 깨었지만, 비바람이나 사람 소리였고 다행이 곰은 오지 않았다.
그러니 이렇게 글도 쓰는 거겠지만.
아무리 밤이 길고 고통스러워도 새벽은 온다.
주변의 부산한 소리에 번뜩 일어나 옷을 껴입고 기어나오니 어둠이 밀려나고 새벽이 밝아왔다.
일출보러 고지로 올라가는 중에 야영지 찍음.
운해와 아침노을이 밤의 고통을 보상해준다.
이 경치를 보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고산을 오르나 보다.
타카하시상 그룹은 다른 봉우리를 돌고 하산한다고 하여 아침 식사후 이별했다.
인사를 하러 가자 그는 초코과자를 하나주면서 잘가라고 했다.
짧은 만남, 긴 이별.
아침밥은 에너지바 하나로 대체한다.
기압차이로 포장이 빵빵해졌다.
안녕 팅커벨?
현재 시간은 5시. 로프웨이 첫차를 타기위해서 빠르게 철수한다.
로프웨이는 6시부터 운행한다.
멀리 보이는 로프웨이 정류장의 모습.
돌아가는 길은 멀고도 길다.
산장이 보이면 거의 다 온거다. 정류장까지 20분이면 복귀 가능.
여기 판자때기는 간이 화장실인데, 아무것도 없다.
직접 가져간 비닐봉다리를 걸어놓고 싸는 시스템이다.
싸고나서는? 잘 가지고 돌아가면 됩니다.
어제 어두워서 잘 안보였던 스가타미 연못.
화산활동으로 인한 고온의 증기가 계속 올라온다.
가까이 가보기는 귀찮아서 멀리서 봄.
멀리서 보아야 아름답다.
계란 가져다가 증기에 삶아먹으면 맛날듯.
오늘 날씨 좋아서 정말 다행이야.
돌아가는 길은 200km.
3시간 30분.
4부에서 다시 만나요.
[3부 끝]
[시리즈] 혼자서 쏠로캠프 / 북해도 원정기
출처: 유루캠프 갤러리 [원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