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성으로 간 손흥민] ③ 베컴 메시 손흥민 레츠고 지정선수 제도의 역사

[풋볼리스트] 손흥민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나타났다. 로스앤젤레스FC(LAFC) 이적이 확정되기도 전에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봤고, 성질 급한 구단은 우리 선수라는 내용의 자막으로 발표를 대신했다. 손흥민은 LAFC 구단을 넘어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역사 전체를 돌아봐도 한손에 꼽힐 만한 대형 스타다. 나성(羅城, 로스앤젤레스의 음역어)으로 간 손흥민이 어떤 리그에서 어떻게 뛸지 함께 알아보자(편집자 주).

슈퍼스타가 미국으로 갈 때마다 꼭 따라붙는 수식어가 이젠 손흥민의 차례다. ‘베컴룰의 수혜자’라는 수식어다.

일명 베컴룰로 불리는 지정선수(Designated Player, DP)는 샐러리캡 예외선수를 뜻한다. 마케팅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규칙을 바꿀 수 있고, 공정성을 무시할 수 있다는 미국 스포츠의 접근법을 잘 보여준다. 모든 구단의 재정지출을 비슷하게 맞추려 샐러리캡을 도입해 놓고 마케팅을 위해 예외를 잔뜩 허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마케팅은 성공했다. 데이비드 베컴과 리오넬 메시 등 스타가 미국을 찾을 때마다 MLS의 대외 인지도는 수직 상승했다.

MLS는 미국 스포츠답게 팀당 총연봉을 제한하는 엄격한 샐러리캡이 적용되고 있었다. 그러다 2007시즌 세계 최고 스타 베컴을 영입할 가능성이 보이자, 예외규정을 만들었다. 팀마다 일부 선수는 연봉을 얼마 주든 샐러리캡에 정해진 액수만 반영되도록 했다. 실제로 구단의 지출은 늘어나지만 총연봉이 치솟는만큼 전력이 강해지고, 세계적 스타를 영입하면 마케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메시는 1,200만 달러(약 167억 원), 토론토FC의 로렌초 인시녜는 750만 달러(약 104억 원)를 수령했다. 이는 당시 한 구단의 샐러리캡 총액인 547만 달러(약 76억 원)를 뛰어넘는 액수였다. 하지만 지정선수는 실제로 얼마를 받든 샐러리캡에 연봉 74만 3,750달러(약 10억 3,300만 원)로 반영된다.

현재 메시뿐 아니라 조르디 알바, 세르히오 부스케츠(이상 인터마이애미), 윌프레드 자하(샬럿), 크리스티안 벤테케(DC유나이티드) 등 리그 간판 스타들이 지정선수다.

그밖에도 MLS에는 다양한 선수 등록 방식이 존재하는데 지정선수와 깊은 관련이 있는 건 U22 우선선수 제도다. 22세 이하인 유망주 전용으로 쓸 수 있는 지정선수 제도인 셈인데, 실제로는 많은 연봉을 받더라도 나이에 따라 다른 액수가 샐러리캡에 반영된다. 주로 외국의 유망주를 영입할 때 쓰는 제도다. 현지보도에 따르면 DC유나이티드가 전북현대 골키퍼였던 김준홍을 영입할 때 이 제도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정선수 3명을 꽉 채울 필요는 없다. 구단은 시즌 개막 전 지정선수 슬롯과 U22 우선선수 슬롯을 몇 대 몇으로 활용할 건지 정할 수 있다. 지정선수 3명과 U22 우선선수 3명으로 구성할 수도 있고, 지정선수 2명과 U22 우선선수 4명을 보유해도 된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관련 규정, 자체 육성선수(홈그로운) 규정, 리그 스폰서인 아디다스사가 후원하는 유망주 ‘제너레이션 아디다스’ 여기에 특별 발굴 선수 등 다양한 규정이 공존한다.

올해 LAFC는 드니 부앙가, 올리비에 지루, 젱기스 운데르 세 명의 지정선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최근 지루가 계약만료, 운데르가 임대 종료로 팀을 떠나면서 지정선수 슬롯에 여유가 생겼다.

글= 김정용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쿠팡플레이 제공, 인터마이애미 X 캡처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