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베란다에 있던 고양이가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로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불을 지른 5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진 가운데 화재 당시 경찰이 아파트 계단을 뛰어 올라가 사람들을 대피시킨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 5월 20일 오전 4시 45분께 경기 수원시 영통구 한 아파트 화재 현장. (사진=뉴시스)
경기 수원남부경찰서는 50대 남성 A씨를 현주건조물방화치상 및 재물손괴 혐의로 최근 구속 송치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20일 오전 4시 45분께 수원시 영통구의 한 아파트 내 흡연장에서 도로를 향해 벽돌을 던져 차량들을 부수고, 1층 세대 베란다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남부경찰서 산남지구대 소속 정지훈 경사는 당시 “신호 대기 중 하늘에서 벽돌이 날아와 차량이 부서졌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정지훈 경사는 신고자를 만나 “인근 아파트에서 벽돌이 날아온 것 같아 가 보니 재떨이 위에 놓인 빗자루에 불이 붙어 있었고, 이상한 사람이 얼굴을 가리고 도망갔다”는 진술을 추가로 확보했다.
정 경사는 곧바로 해당 아파트 단지로 출동해 1층 세대에 불이 난 것을 확인했다. 이어 112상황실에 지원 요청을 하고, 경비실에는 대피 방송을 요청한 뒤 소화기 3대로 초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불길이 커진 상태에서 소화기로 진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정 경사는 소방 당국이 도착하기 전 연기로 가득 찬 아파트 복도로 들어갔다.
당시 동료 경찰의 만류에도 현장에 진입한 정 경사는 아파트 1층부터 계단을 오르며 집마다 문을 두드리고 화재 사실을 알렸다.
이 과정에서 놀란 주민들이 급하게 이동하다가 다칠 것을 우려해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주민 65명은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고 한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40여 분 만에 꺼졌으며 주민 4명이 연기 흡입 경상을, 또 1층에서 밖으로 뛰어내려 골절 부상을 당한 1명이 병원 치료를 받았다. 정 경사의 빠른 판단 덕분에 화재로 인한 중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인근 CCTV 영상 등을 분석해 같은 아파트 다른 동에 사는 A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 화재 발생 당일 낮 12시 20분께 A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A씨는 술에 취해 아파트 흡연장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 난동을 부리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도로에 벽돌을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또 1층 세대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쳐다보는 눈빛이 기분 나쁘다는 이유로 베란다에 불을 지른 것으로 파악됐다.